김진규 전 남구청장 / 전 변호사
[링크투데이 = 칼럼리스트 김진규]
'임상옥의 계영배' 정신은 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문제나 정치에도 인간만사에 적용될 듯하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가지고 있었다던 계영배(戒盈杯)는 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버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이 있는데 과욕을 하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100%를 가지지 마라. 최소한 30%는 상대에게 줘라. 독식하면 배탈나고 가득차면 술이 흘러 방바닥을 버린다.
그것이 절제이고, 견제와 균형이자 다양성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또한 계영배 정신이고 중용지도(中庸之道) 또한 계영배 정신과 통하고 있다.
원효 사상의 핵심인 다툼을 화해시킨다는 뜻으로 화쟁(和爭) 또한 계영배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신념의 실패는 "남줄거 어딧노"라며 다가지려고 했고 30을 상대에게 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윤석열 정부의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도 끼리끼리 모여 다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을 욕하기 전에 문재인 정부도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문재인정부나 민주당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내공이라고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자기와 같은 월급루팡이나 대통령 놀이나 총체적 난국 또는 사이다가 아닌 고구마였네라는 20대의 목막히는 답답한 탄식을 자아내는 얼간이한테 패했는지를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
말을 가지면 마부까지 부리고 싶은 게 문재인이나 민주당 윤석열이나 국민의 힘의 공통점이 아닐까?
그저께 이준석은 국민의 힘은 불태워야하고, 김기현은 민노총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했다.
5년 전 문재인도 적폐를 청산하거나 적폐를 불태워야 한다고 하거나 원전이나 기업이나 부자들을 원수대하듯이 했다.
윤석열이나 그 측근들은 언젠가 좌파척결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일견 맞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기본사고는 완전히 틀렸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냥 깡패에 불과하고 개혁이 아니라 혁명이고 혁명은 우리 헌법체계 아래서는 인정되지 않는 위헌이고, 위법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이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노맨이 30%는 있어야 다양성이 살고 이해와 이익이 제대로 조절된다.
예스맨이 넘치면 배가 산으로 간다. 예스맨은 십중팔구 간신에 불과하다.
박근혜가 산 똥이든, 문재인이 산 똥이든 앞으로 윤석열이 살 똥이든 치우기에 급급해서는 똥을 치울 수 없다.
각질도 비듬도 벗긴다고 절대 해결할 수 없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노맨도 참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똥과 함께 살고 있는 자신이나 각질이나 비듬을 달고 다니는 자신이나 무좀과 평생을 함께 살아갈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개혁과 혁명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개혁은 남을 변화시키기 전에 자기가 변하는 것인데 개혁을 혁명처럼 남에게 칼질을 먼저 하고 남을 변화시키려는 행동을 하고 있다.
자기가 아닌 남에게 촛점이 맞춰진 개혁이라면 무조건 실패한다. 문재인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의 시작처럼. 자신이 먼저 변하지 않는 자를 국민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의 지지가 없는 개혁이 성공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참고로 우리 역사상 모범적인 개혁사례인 1952년 2월의 농지개혁도 경주 최부자나 김성수 등 영호남지역의 대지주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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