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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칼럼] 확증편향은 사기죄의 어머니 - 변호사 출신 김진규 전 울산 남구청장 "시기죄의 수업료는 통상 고액"
  • 기사등록 2022-04-27 2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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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투데이 = 김진규 칼럼니스트] 변호사시절도 마찬가지지만 무료법률상담소를 운영하는 지금도 항상 끊이지 않고 잊을만하면 찾아오는게 사기죄의 피해자들이다.

우선 그들은 상담을 시작하면 자신의 판단에 대한 후회로부터 시작한다.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그걸 무시했다고 뒤늦게 자신을 질책한다.

한참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해자인 사깃꾼을 원망하기 시작하고 사기당한 돈은 꾼돈도 있기 때문에 가족을 걱정하고 돈찾을 방법도 묻는다.

이건 사기피해자가 이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다는 증거다.
먼저 내탓이고, 나중에 남탓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돈은 정상적인 남의 손에 일단 들어가면 찾기가 쉽지 않은데 사기꾼에게 넘어간 돈은 더 어렵기 마련이다.

시기죄의 수업료는 통상 고액이다.

물론 사기꾼에게 치명적 약점이 있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기도 하다.
참고로 남탓부터하는 사람은 아직 정신차리지 못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간단하다.

자신이 잘 아는 곳에 돈을 넣는게 투자고, 잘 모르는 곳에 돈을 넣는게 투기다.
유능한 사기꾼은 100가지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1가지의 진실을 감추는 자이다.

피해자들의 웬만한 검증에도 불구하고 들키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고수는 상대가 자신의 수를 제대로 읽고 방어하려고 해도 넘어뜨릴 수 있는 자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다.
자기를 알고 상대나 돈이나 군대를 넣을 곳을 제대로 안다면 투자이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지도 돈을 잃지도 군대를 잃지도 국가를 위태롭게 하지도 않는다.

유도나 씨름, 야구나 축구에서 이기려면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아야 한다.
선동열의 공을 공략하려면 선동열의 구질 뿐만아니라 루틴까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경기상황 전체도 봐야 하고 자신의 방망이도 잘 다듬어야 한다.

유도나 씨름에서 또는 검도에서 상대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의 발이나 죽도뿐만아니라
상대의 전체적인 느낌도 살필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체력도 키워야 한다.
즉 상대의 논리나 입장부터 연구해야 하고 자신도 연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피해자들이나 일반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많은 사람들은 정보도 신문기사도 유튜브도 그렇게 취사선택하고 확증편향 내지 인지부조화에 빠져 잘못된 판단의 길로 접어든다.
옆에서 친한 사람이 말려도 소용이 없다.

소나 말이 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고기에게 낚시의 미끼를 물면 안된다고 이야기한들 아무 소용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나 말이나 물고기는 세상의 언어를 알지 못하고 사기피해자나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은 보편적 정상적 언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수업료가 목숨인 경우도 있다.

그러면 진영논리는 어떤가? 진영논리와 사기피해자와 닮은 점은 무엇일까?
혹시 우물속에 있다는 것은 아닐까?

개구리이든 사람이든 우물속에 있으면 세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진정한 하수는 자기가 우물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술이 제대로 취한 자가 술 취한 사실을 모르는 것과 같다.

진정한 사기피해자는 자신이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찬 상태임을 모르는 사람이다.
사기꾼은 상대가 욕망이라는 우물속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사기꾼은 항상 우물 밖에서 우물안을 들여다보는 자다.

그냥 피해자의 돈에 대한 욕망을 살짝 자극하면 저절로 그물에 걸려들게 된다.
그 좋은 기회가 왜 자신에게만 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들을 진영의 전사나 노예로 만드는 것도 어쩌면 고무다라이에 담긴 미꾸라지들에게 소금을 조금만 뿌려주면 격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쉬운일일지도 모른다.

가짜뉴스나 혐오라는 소금을 뿌리는 자들은 항상 다라이 밖에서 존재한다.

세상엔 사기꾼도 사기피해자들도 많다. 세상이 존재하는 한 이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돈이나 권력이나 자존심이나 이념이나 진영논리라는 우물속이라는 욕망에 갇힌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기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세히 보는 세찰과 크게 보는 관찰과 통찰.
그리고 주어지는 정보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욕망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의 욕망은 꿈틀되기 때문에 사기꾼들의 희망은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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