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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현 기자의 BOOK CAFE] 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곳에서 책은 탄생한다 - 20세기를 주름잡은 작가 20人의 이야기와 사진 담은 <작가의 집>
  • 기사등록 2014-01-21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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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에세이 <작가의 집>   

[링크투데이 = 서보현 기자] 침엽수는 얇게 베어져 종이로 다시 태어난다. 팔랑이는 종이를 펼치고 그 위에 잉크로 글씨를 쓴다. 사각사각. 혹은 쇳소리 나는 타자기도 좋다. 달칵달칵.

작가의 머릿속에 떠다니던 이미지들은 오른손, 혹은 왼손을 타고 내려와 종이 위에 아로새겨진다. 인류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책이 탄생하는 공간은?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글을 쓸 때처럼 고심해서 고른 인테리어로 꾸며진 자신만의 공간에서 작가는 책을 탄생시킨다. 이 공간에 대해 궁금증이 일지 않는가.

<작가의 집>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20명이 살고, 울고, 웃고, 사랑했던 집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글쓴이인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는 서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작가들의 삶에서 집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은 작가들의 추억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들의 불안을 달래주며, 사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창조적 상상력은 머나먼 지평까지 날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무언가를 세우고 건설하는 환상을 품은 이들에게 집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에게 집은 그들의 예술적 여정만큼이나 상징적인 하나의 작품이 된다.”

스위스의 작은 호수를 둘러싼 언덕에 자리 잡은 곳에서 헤세는 <싯다르타>를 완성했다. 하늘이 그대로 담긴 것 같은 호수 주변을 거닐며 헤세는 새로운 사랑에 빠졌고,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유리알 유희>를 탄생시키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강렬한 패턴이 새겨진 카펫을 온 집안에 깔고, 집중되지 않을 때는 몇 시간이고 그 카펫을 쳐다보며 마음을 가다듬곤 했다. 주방의 난로 위에 술병들을 잔뜩 올려놓고, 하루가 저물 무렵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그 술을 홀짝홀짝 마셨던 윌리엄 포크너도 있다.

뿌리도 없고, 여권도 없는 떠돌이였던 크누트 함순은 노르웨이 피오르 안쪽으로 깊이 위치한 주택에서 살면서 오슬로와 코펜하겐 경매장을 돌며 골동품을 사다 날랐다. 집을 아꼈던 함순은 노벨상으로 받은 상금을 집안 인테리어에 쏟아붓기도 했다.

아일랜드의 위대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집에는 탑이 있었다. 추상적 관념이 넘쳐났지만, 뚜렷한 이미지들이 넘치기를 갈망한 예이츠는 매일 이 탑으로 오르는 계단을 거닐며 상상력을 살찌웠다.   

이렇게 작가의 집은 하나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작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차가운 뮤즈이자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것이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어떤 위법한 상상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 글쓴이는 <작가의 집>을‘책들이 탄생한 매혹의 공간’으로 규정한다.

프랑스의 극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자신의 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집에서 혼자였다. 나는 이곳에 갇혀 지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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